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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닷컴] (수필) 귀뚜라미와 손 잡고 지구촌을 유랑하려나 (이문혁)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연해뉴스 추천   청도작가 


귀뚜라미와 손 잡고 지구촌을 유랑하려나


이문혁



“무더위의 상징”인 매미소리가 사라지는 계절,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이다.

가을을 여는 9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건교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젊은 꿈을 불태웠던 모교를 찾았다.


”선생님 들창가 지날 때면” 불렀던 정겨운 교정, 함께 뛰고 놀던 운동장, 풋풋한 첫사랑을 속삭이던 가로수 어디라 할 것 없이 청춘으로 충만하였던 그 시절이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다, 친구야” 

이틀 동안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따뜻한 정을 나누고 사생 정, 학우 정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나는 고향마을로 발길을 옮겼다.


푸른 하늘 아래 황금색 파도가 넘실넘실 출렁이는 논밭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자 싱그로운 가을바람에 연분홍, 하얀 그리고 붉은 코스모스가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떨구며 한들한들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 뒤로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뒤질세라 앞다투어 까르르 거리며 달려나오고 있었다. 황금벌판을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 그 위를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참새들, 코스모스에 살풋이 내려 앉은 잠자리. 어린 시절 개구쟁이 동네 또래들과 함께 뛰고 놀던 정겹고 푸근한 고향풍경이다.


고향마을에 몇 남아있지 않은 아낙들이 넉넉한 마음을 담아 푸짐히 한상 차려 주었다. 정성들여 장만한 맛갈스런 고향의 음식은 고향의 맛 그 자체이다. 라림하에서 잡은 미꾸라지며 붕어며 그리고 김이 모라모락 피어오르는 찰진 옥수수며 고소하고 찰진 쌀밥 … 음식 모두가 타향에서 가끔씩 꿈에서 그리던 맛이다.


”음식은 정성이다”라는 말이 걸맞게 동네 아낙들이 고향을 찾은 나를 꼭마치 친정식구들을 대하듯이 그릇마다 듬뿍듬뿍 푸짐히 담아주었다. 어릴 적 먹었던 엄마의 손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사람들은 어릴 적 입맛을 평생 간직한다고 한다. 입맛을 돋구는 감칠맛에 나의 입가에도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흘러 지어져 나왔다.


어릴 적 친구들과 목욕하며 물고기 잡던 라림하는 고향의 젖줄기이다. 논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생명의 줄기이다. 라림하는 청정지역 백두산맥 장광재령의 설산이 발원지다. 물량이 많고 수질이 좋아 유명한 오상쌀 “도화향”을 재배할 수 있었다. 비옥한 흑토를 굽이굽이 흐르는 라림하는 미네랄이 풍부하여 도화향 쌀은 국제쌀축제에서 금상을 받을 만큼 중국의 명품이고 예로부터 오상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림하는 예나 지금이나 리향민들의 향수를 자아낸다.


늦봄에 심어놓은 줄땅콩이며 포도며 조롱박들이 마당 한켠에 울바자와 나무가지를 타고 올라 코스모스, 해바라기, 들꽃들과 잘 어울러져 소박하고 조화롭게 꾸며진 아담한 정원이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서 환한 불빛으로 가득찬 뜰안 정원은 늦은 밤까지 오손도손 둘러 앉은 친구들의 담소가 끊이지 않았다. 행복한 추억을 나누고 있었다.


한낮에는 더위가 아직도 기승을 부렀지만 저녁 바람은 이미 선선한 가을이다. 옷깃과 살깃을 살살 스치는 가을바람이 고향에도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 하었다. 폭염과 함께 밤낮없이 울어대던 매미소리도 자연스럽게 소근소근 조용히 속삭이는 풀벌레 소리로 바뀌어 갔다. 계절의 변화는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찌르르르 찌르르르 … 


새벽녘에 정겹게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처음에는 한 두 마리가 노래하던 것이 좀 지나 뜰안 여기저기로 울려퍼져갔다.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의 소리이다. 


귀뚜라미 소리에 끌려 귀를 기울여 귀담아 듣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처음 한 두 마리가 울 때에는 소리가 제 각각이던 것이 여러 마리가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신기하게도 박자와 음색이 자동적으로 맞춰지는 것이었다. 꼭마치 지휘자가 합창단을 지휘하 듯이 너무나 일치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감상하였다. 저도모르게 그들의 노래가락에 맞춰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그렇게 절실하게 들려오는 애절한 노래소리에 나는 푹 젖어버렸다. 마치 오래만에 고향을 찾은 나를 쓰담쓰담하며 타향에서의 향수를 씻어주는 것 같았다. 고향의 정취에 흠뿍 빠져 마음껏 취해버리라고 달래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타향에서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하는 애틋한 음율이다.


“귀뚜라미가 기운차게 노래하는 걸 보니 오늘 밤도 따뜻하겠구나”


어릴 적 외가집에 놀러 갔을 때 외할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초가을에 큰 소리로 노래하던 귀뚜라미는 늦가을로 갈수록 그 소리가 작아진다. 귀뚜라미 체온은 항상 주변 온도와 같다고 한다. 그리하여 “귀뚜라미가 힘차게 노래하면 따뜻하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가을 기온 특성을 동물들의 움직임으로 터득해낸 조상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귀뚜라미 소리는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옛부터  귀뚜라미를 “촉직”(促织)이라고 불렀다. “귀뚜라미가 울면 게으른 아낙이 놀란다”는 것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철에 부지런히 길쌈해야 할 아낙네가 마실이나 다니며 실컷 게으름을 피우다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에 무릎을 탁 치며 “아차”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에서도 귀뚜라미를 “직랑”(织娘)이라고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 풍성하고 고운 빛갈로 단장시킨 가을을 조심스럽게 넘겨주는 귀뚜라미는 또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귀뚜라미 소리, 풀벌레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이 고향이다. 이들의 노래소리는 이별가가 아닌 향수에 젖은 이향민의 심금을 달래주는 추억의 멜로디인 것이다.


나는 가끔씩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다. 고향을 떠나 북극성 달빛마저 잊어버린 머나먼 타향 도시에서 매일과 같이 콘크리트 성벽 사이를 누벼가며 인위적인 도시생활에 마음마저 지쳐가고 있다. 그나마 고향의 싱그러운 풀내음새와 다정한 풀벌레소리가 있어 마음 한켠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라림하 강변의 버드나무 그늘에서 버들피리 꺾어 불며 풀벌레와 합창하고 싶어진다.


뀌뚤~귀뚤! 귀뚜라미의 정겹고 구수한 노래가락이 저 멀리 지구촌 방방곳곳에 울려 퍼질 날이 오기를 갈망해본다.


언제가는 귀뚜라미와 손 잡고 지구촌을 유랑하려나 싶다.


낙엽귀근, 이 가을 귀뚜라미와 함께 뒹굴고 노래하는 가을의 낙엽이 되고 프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

고요히 흐르는 밤의 정막을

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움을 가을바람 따라서

너의 마음 멀리멀리 띄워보내 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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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혁 프로필

1966년 흑룡강성 오상시 출생

1993년 청도 진출

1985년 <장백산>잡지에 <교정의 종소리>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현재까지 여러 쟝르 작품 수십편 발표

한국해외문학상 대상 수상.

청도조선족작가협회 회장, 연변작가협회 리사. 중국소수민족작가협회 회원.


추천:海岸线文化艺术传播 yanhainews


 안내 : "문학작품"은 sinbalam과 위챗친구하여 추천해주세요.-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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