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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닷컴] (수필) 나의 형님 (김정권)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수필

나의 형님


김정권



조카가 시집을 간단다. 나에게는 조카가 여럿이 있는데 형님의 자녀로는 둘이 있다. 형님의 큰딸은 이미 시집을 가서 아이까지 낳고 한국에서 살고 있고 막내딸은 이제 30살을 훌쩍 넘기고 시집을 간단다. 그것도 머나먼 연해도시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형님은 생전에 막내딸을 특별히 이뻐했다. 그런데 아버지 없이 결혼하니 벌써 조카가 안스러워진다. 순간 겨우 반세기 밖에 살지 못한 형님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형님이 이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십년 째다. 형님은 정확히 49세에 돌아갔다. 흔히 민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홉 고개를 넘기지 못했다. 지금도 형님이 운명하던 그 날이 눈에 선하다. 


그 날 오전, 형님이 위중하다는 형수님의 전화를 받고 택시를 불러 타고 형님네 집에 도착했을 때 형님은 이미 인사불성이 되였다. 침대와 형님의 앞섶은 각혈로 피범벅이 되여 온 방안에 비린내가 확 풍겼다. 십여년을 간경화로 몇번이나 병원에 입원했지만 워낙 병이 너무 깊이 든 탓으로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였다. 나는 다짜고짜 형님을 둘쳐업고 택시를 불러 타고 연변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형님은 택시에서 또 한번 각혈하여 나의 옷섶과 택시의자를 흠뻑 적셨다. 병원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형님은 끝내 그 날 점심 무렵 숨을 거두었다. 


나는 후사처리를 다해놓고 조금 숨을 돌릴 때에야 형님의 마지막 운명의 그 자리에 웬 이상한 녀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녀자는 보통키에 서른이 금방 넘어보였는데 얼굴이 예뻤다. 눈물을 많이 흘려서인지 흰 얼굴이 더 창백해보였다. 그 날 녀자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그 녀자가 돌아간 후 형수님의 얼굴이 푸르뎅뎅해졌다. 형수님은 그 녀자가 형님과 보통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잖으면 왜 저렇게 슬프게 울 수 있는가며 십중팔구는 형님의 다른 녀자라고 단정했다. 일이 이렇게 불거지니 난처한 건 나였다. 나와 우리 측 친척들은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사망된 형님에게 옴니암니 따질 수 없으니 삼일장이나 잘 치르자고 형수님을 달랬다. 하지만 형수님은 사망된 사람은 불쌍하지만 여직껏 자신이 속은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며 펄펄 뛰였다. 


형님은 일찍 농촌학교에서 추천을 받아 연길 어느 한 공장으로 올라왔다. 1970년대 초에 그런 정책이 있어서 일개 무식한 농촌집 맏이인 형님에게 행운이 차례진 셈이였다. 형님은 보통키에 날씬하다. 눈은 부리부리하고 코가 우뚝하여 우리 형제들중에서 제일 잘생긴 미남이다. 마을에서는 형님이 아버지가 다른 자식이라는 풍문까지 돌았다. 내가 한번은 엄마에게 그 소문이 진짜인가고 물었더니 어느 놈이 그따위 개소리를 치느냐며 절대 아니라고 쐐기를 박았다. 공장에 배치받은 형님은 마음씨 곱고 정이 많아 친구가 많았고 해마다 선진생산자로 당선되여 그 상장이 우리 낡은 초가집 안벽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한번은 형님이 국경절휴가차로 집에 와서 옥수수가을을 도와주는데 마을 청년 둘이 싸움을 벌였다. 그중 한 사람은 나와 구촌조카벌 되는 청년이고 다른 한 사람은 마을에서 이름난 싸움군이였다. 싸움은 다른 곳에서 붙었는데 구촌조카가 더 날파람이 있었던지 싸움군 청년이 맞았다. 그러자 싸움군 청년은 다짜고짜로 칼을 들고 찾아와 다시 구촌조카와 맞붙었다. 둘은 옥수수밭에서 칼과 낫을 들고 서로 치고박으며 정신없이 날뛰였다. 바로 그 때 형님이 싸움군 청년한테 와락 달려들어 팔을 비틀어 간신히 칼을 빼앗았다. 싸움은 드디여 끝났다. 나는 형님의 용기와 인정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흉기를 든 싸움군에게 달려든다는 것은 웬간한 용기가 없으면 안되는 일이다. 그 때 나는 그러다 칼에 찍히면 어쩌냐고 하니 형님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고 만약 인명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 날 저녁, 싸움군 청년의 엄마가 일부러 우리 집에 찾아와서 형님의 손을 꼭 잡고 하마트면 큰일이 터질 번한 싸움을 말려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들은 큰 사고를 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형님은 어디에 상한 데가 없는가고 물었다. 형님은 아무 일도 없다면서 히죽이 웃었다. 실은 형님도 그 애와 함께 넘어지면서 옥수수그루에 팔굽을 다쳐 피를 많이 흘렸다. 


그런데 얼마 후 형님은 갑자기 다리를 잘 쓰지 못하더니 대퇴골괴사라는 몹쓸 병에 걸려 완전히 불구자가 되였다. 설상가상으로 또 공장이 파산되면서 형님은 최하층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형님네는 연길 동쪽 변두리에서 세집을 몇번씩 옮기면서 얼마 안되는 월급에 형수님이 장사하는 수입으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겨우 목구멍에 풀칠하는 형편이였다. 락심한 형님은 만날 술만 마시더니 몸이 너무 허약해져 마른 장작을 방불케 했다. 


나는 형님의 모습이 너무 안스러워 몇번이고 담배와 술을 끊으라고 했지만 그 때마다 형님은 “하루종일 집안에 박혀있지 않으면 마당 밖에 못 나가는 신세에 담배를 끊고 ‘똥빼주’도 마시지 않으면 어떻게 살란 말이야?”라고 넉두리하기에 더 이상 말릴 재간이 없었다… 그런 형님에게 다른 녀자라니? 이건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그럼 그 미스터리녀자는 대체 누구인가? 


일은 바로 사흘 만에 또 터지고 말았다. 아침 일찍부터 우리는 화장터에 가서 형님의 장례를 서두르고 있는데 그 녀자가 또 와있었다. 검은 례복을 입고 마치 상주마냥 친척들의 줄에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형수님의 안색은 또 흐려졌다. 문상을 온 여러 사람들의 앞이라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 것이 나의 눈에도 확연히 드러났다. 나는 또 선떡을 먹은 사람처럼 불안했지만 아무런 내색을 않고 고별청에서 나와 안신제를 지내려고 제단으로 올라갔다. 그 미스터리녀자가 간 줄 알았는데 웬걸 제단까지 따라올라왔다. 진행자가 빠진 사람이 있으면 나오라고 하니 그 녀자는 제일 마지막 사람으로 술을 붓고 절까지 세번 했다. 순간 형수님의 얼굴에서 검은빛이 파도쳤다. 나는 이제 장례식도 막바지라 형수님이 그 녀자의 머리끄뎅이라도 잡아 내칠가 봐 안절부절 못했다. 하지만 형수님이 용케 참아주었기에 저으기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돈 측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나는 그 녀자에게 고인하고 어떤 관계인가 묻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괜히 형님하고 그렇구 그런 관계라고 하면 내 립장이 더 난처해질 것 같아서였다. 형님의 장례식은 그런대로 원만히 끝났다. 손님들은 먼저 내려가고 우리가 뒤처리를 하면서 보니 그 녀자는 이미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나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다시는 그 녀자를 볼일이 없겠지 하면서 나는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오산이였다. 우리가 식당에 왔을 때 그 녀자도 이미 와있었다. 더구나 억이 막힌 건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였다. 아이까지 하나 달고 있었다. 아이는 네살 가량 되는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나의 심장이 “쿵―” 하고 멈추는 것만 같았다. 나 뿐만 아니라 친척들 모두가 놀라운 기색이였다. 나는 그 와중에도 아이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아이는 얼굴이 희였으며 검고 큰 두눈은 샛별처럼 빛났다. 순간 나는 “아차!” 하면서 소리를 지를 번했다. 아이는 영낙없이 형님을 빼닮았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일이 우리 집안에서 벌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회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술잔이 몇순배를 돌고 나와 형수님이 손님들에게 술을 권하고 돌아오니 자리에 아이만 있고 그 녀자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혹시 다른 상에 술을 부으러 가지 않았나 싶어 다른 상을 훑어보았는데 녀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화장실에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퍼그나 지나도 녀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대뜸 십중팔구는 녀자가 아이를 우리에게 맡겨버리고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간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아이는 음식상에 마주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고기 눈알을 빼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엄마는 어디 갔어?”

나는 아이한테 물었다.

“쉬― 하러 갔어요.”

아이는 인츰 대답했다. 그 녀자가 식당부근에 있을 것 같아 급히 동생더러 살펴보라고 했다. 20분 후 동생이 혼자 돌아왔다. 손님들이 다 가고 우리 집 식구들만 남았다. 그제야 아이가 엄마를 찾더니 울기 시작했다. 여럿이 아이를 달랬지만 막무가내였다. 아이를 맡기고 갔으면 꼭 생년월일이라도 어딘가에 밝혔을 것이다. 나는 아이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점점 미궁에 빠졌다. 이 시각 사망된 형님이 미웠다. 그처럼 정직하고 가정에 충실한 형님이 어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일은 누가 저질러놓고 똥집은 누가 달아야 하는가. 


그러고 보니 우리는 여직껏 그 녀자의 목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 녀자는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다면 벙어리인가? 형님이 진짜 벙어리녀자하고 관계하여 아이까지 낳았다면 이건 보통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혼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도저히 헤여나올 수 없었다. 세상이 아무리 열려있다고 해도 이처럼 자극적인 충동을 받기는 난생처음이였다. 아이는 계속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그렇다고 신고할 수도 없고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나는 화가 치밀어 아우성을 치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으면서 이 난국을 풀어나가야만 했다. 그러나 뾰족한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단단히 마음을 먹은 나는 형수님과 사돈들을 먼저 보냈다. 사돈 측에서도 형제인 내가 알아 처리하라는 눈치였다. 나는 안해와 동생들을 불러놓고 신고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먼저 아이를 가까운 파출소에 맡기려고 막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그 녀자가 식당 안으로 헐금씨금 달려들어오며 허리를 굽히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순간 나는 녀자가 벙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큰 짐을 부리워놓은듯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도대체 누구길래 남의 상가집에 와서 개판을 치는 거야?”

성질이 우락부락한 막내동생의 입에서 끝내 곱지 않은 말이 터져나오고야 말았다.

“미안합니다. 갑자기 사고가 생겨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고라는 말에 우리는 침묵을 지켰다. 아이는 엄마가 오자 인츰 울음을 딱 그쳤다. 나는 이때라고 녀자에게 엄숙하게 물었다.


“사실 우리는 그쪽 신분을 잘 모르는데 대체 우리 형님과 어떤 사이였소?”

녀자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나를 쳐다보더니 잠간 머뭇거렸다. 순간 나는 피치 못할 사이였다고 짐작했다. 더 지꿎게 묻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 녀자의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았고 앞으로는 다시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 뿐이였다. 우리는 식당에서 자리를 뜨려고 서둘렀다. 그 때 녀자가 나를 불러세웠다.


“저기요― 할 얘기가 있는데 좀 조용한 곳에 가시면 안되겠어요?”

나는 기어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며 녀자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 녀자도 집안의 제일 큰 어른이 나라는 걸 알고 청을 드는 것 같았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부근의 다방으로 향했다. 우리는 다방에서 마주앉았다. 

“뭘 마시겠어요?”

녀자가 먼저 나에게 물었다.

“난 랭커피 한잔…”

“저기요. 여기 랭커피 두잔 주세요.”

“엄마, 나두…”

“그리고 아이스크림 하나 더 주세요.”

이때 녀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간만요.”

녀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한켠에서 전화를 받았다. 나는 이때라고 아이에게 슬쩍 물었다.

“너 이름이 뭐니?”

“수민이예요.”

“무슨 수민이지?”

“김수민!”


성이 김가라는 소리에 나는 가슴에서 널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정작 아이의 성까지 확인하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였다. 그 녀자가 이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기보다 아이에 대한 폭탄선언을 할가 봐 겁이 더럭 났다. 아이는 김씨가문의 아이니까 우리더러 책임지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였다. 이때 카운터를 보던 접대원이 랭커피 두잔과 아이스크림을 상 우에 내려놓았다. 녀자는 통화를 마치고 다시 자리에 와서 앉았다.


“수민아, 저쪽에 가서 먹으며 놀지.”

수민이는 알았다는듯 제꺽 자리를 피했다.

“저― 커피 드세요.”

목안이 달아오른 나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커피를 큰 모금으로 마셨다. 

“원래는 이 얘기를 영원히 하지 말자고 했는데요…”

녀자는 잠간 머뭇거리더니 분홍빛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커피잔을 갖다댔다. 

“하지 않아도 되는 얘기라면 굳이 할 필요는 없겠는데…”

들어서 좋을 것 없는 얘기가 뻔한지라 나는 차라리 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츰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렇지만 오늘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것 같아서 오늘은 기어이 하기로 마음을 먹었거든요.”

녀자는 마음을 굳게 먹은듯 얼굴에 엄숙한 기색을 띠우고 있었다. 

“바로 5년 전의 일이였어요.”


녀자는 드디여 말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제가 스물다섯살 때였지요. 우리 집은 연길 동쪽 변두리에 있었어요. 그 때 제가 미용강습반을 다니다 보니 밤늦게 집으로 갈 때가 많았어요. 그 날도 미용학습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가로등도 없고 집으로 가는 골목은 늘 어두웠어요. 그냥 그랬듯이 제가 정신을 도사리고 어두운 골목을 지날 때였어요. 갑자기 어떤 괴한이 저한테 와락 덮치면서 저의 입을 막았어요. 그리고는 저를 끌고 가더군요. 저는 막 소리를 질렀지만 괴한의 손에 입이 막힌지라 소리가 나가지 않았어요. 괴한은 소리를 치면 죽인다고 위협하더군요.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제발 놔달라고 사정했어요. 돈은 얼마 안되지만 몽땅 가지라고 했어요. 하지만 괴한은 돈을 보고 그러는 강도가 아니였어요. 그 때 연길교외는 비닐하우스가 많았어요. 괴한은 어느 하우스 옆으로 저를 끌고 가서 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어요. 저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발악했어요. 제가 하도 이악스레 발악하니 괴한은 주먹으로 저를 한매 치더군요. 그 다음 일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녀자는 얼굴이 굳어지면서 말을 멈추었다. 나의 가슴에서 또 한번 얼음장 같은 것이 떨어졌다. 녀자가 말하는 그 괴한이 형님이란 생각까지 미치자 더는 들을 자신이 없었다. 만약 그 괴한이 정말 형님이면 나는 수치심으로 한평생 괴롭게 살아야 하기에 차마 그 녀자를 쳐다볼 수 없었다.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괴한이 저의 바지를 다 벗기고 팬티를 막 더듬는 순간이였어요. 나는 두손으로 팬티를 움켜쥐고 뻗쳤어요. 괴한의 주먹이 또 한번 저의 머리를 쳤어요.”

녀자의 눈에서 눈물이 당금 쏟아질 것 같았다. 


“이튿날,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저는 미용강습반에 가지 못했어요. 온종일 집에 붙박여있다가 바람이라도 쏘이려고 저녁 때 쯤에야 나왔는데 동네사람마저 보기 싫더군요. 제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앞에서 웬 아저씨가 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아저씨를 보는 순간 저는 그만 ‘아―’ 하고 소리를 지를 번했어요. 바로 전날 저녁에 저에게 덮쳤던 그 사람이였어요.”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였다. 

“저는 그 길로 파출소에 가서 신고했어요. 그렇게 그 사람은 잡히고 말았어요. 그런데 후에 알고보니 그 사람은 죄인이 아니라 오히려 저의 은인이였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나는 점점 미궁에 빠져들어갔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때 마침 그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제가 당하는 것을 목격했대요. 그 아저씨는 그 몸으로 괴한과 뒹굴며 싸우다가 쓰러졌대요. 제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그 아저씨가 저를 일으켜 앉히더군요. 저는 그 때라고 그 아저씨를 콱 밀쳐버리고 줄행랑을 놓았지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우리 형님이였다는 얘긴가?”

“맞아요. 그런 일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라도 선뜻 나서길 꺼리겠는데 아저씨는 그 불편한 몸으로 상처를 입으면서 괴한과 싸운 걸 생각하면…”

녀자는 동그스름한 어깨를 달싹이며 막 흐느껴 울었다. 나는 상 우의 위생종이를 그 녀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형님이 운명한 걸 어떻게 알고 병원에 왔댔소? ”


“일은 참 공교롭게 됐어요. 그 날 출근했다가 물건을 두고 갔기에 다시 집에 가지러 오다가 선생님이 피를 토하는 그 아저씨를 업고 택시를 타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저도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에 갔지요. 어쩌면 아저씨가 마지막일 것 같은 예감이 들면서 생전에 고맙다는 인사는 못했지만 마지막 길이라도 바래주고 싶었어요. 만약 제가 그 때 강간이라도 당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이런 행복이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이제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으니 그 일을 숨기면 제 자신에게마저 용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오늘 이렇게 털어놓는 거예요.”


“정말 고맙소.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줘서…” 

나는 문득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었다.

“그런데 아까 사고라는 건 무슨 소리요?”

“제가 전화를 받으면서 창문으로 내다보니까 어떤 할아버지가 길가에 쓰러져있더군요. 그런데 숱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도 누구 하나 상관하려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갔지요. 병원에 다녀오느라고 늦었던 거예요.”


“참 좋은 일을 했구만.”

“선생님의 형님 분이 저를 도와준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걸요.”

나는 녀자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녀자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형님의 얼굴이 얼핏 떠올랐다. 피딱지가 더덕더덕 앉은 형님의 얼굴이였다. 


그 날은 형님의 생일이였다. 내가 형님의 얼굴을 보고 놀란 것은 그 날 저녁녘이였다. 

“아니, 얼굴은 왜 그렇소? 무슨 일이 생겼소?”

“저네 형님이 또 남의 일에 쓸데 없이 삐치다가 얻어맞아 저렇게 됐소. 제 몸도 변변치 못한데 남의 일에 나서다니 정말 답답하오. 며칠째 제 돈을 팔면서 치료하구…”


형수님의 바가지 긁는 소리였다…


나는 그 녀자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다방을 나섰다. 길에는 차량과 사람들로 붐비였다. 차량에서는 검은 연기가 뿜겨져나오고 누군가 술을 마시고 꽃밭에 열물을 토해낸다. 나는 걸으면서 북쪽하늘을 쳐다보았다. 멀리 화장터굴뚝이 보였다. 화장터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여오르고 있었다. 길림신문 2016

方式(任选其一)


작가 김정권

국가1급극작가 


중단편소설

"가죽구두"

"모기정전"


소품

"첫날이불"

"설날아침"

"남자와 녀자"

등 100여편



김정권의  작품세계  


(산문시) 봄이 오는 방식 (김정권)

(단편) 외딴 집

(시) 당신만을 사랑하다 (외6수)

(단편) 우울증

(수필) 북대시장거리

(수필) 엄마의 "그곳", 부끄럼이 뭐길래


(우리노래) 리설화 변강 "우리는 하나다"(김정권 작사 최영철 작곡)


(소품)  "보고전의 보고" 



 안내 : "문학작품"은 sinbalam과 위챗친구하여 보내주시면 등재해드립니다.-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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