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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닷컴] (수필) 우리집 '어르신' (심명주)

조글로 zoglo.net 潮歌网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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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우리집  '어르신 '


심명주

 

우발로 집에 모셔놓은 “어르신” 한 분이 있었다. 농촌에 내려갔다가 계획없이 데려온 똥개였다. 목에 흰고리털을 두르고 온몸이 까만 그 개를 나는 '깜순이'라고 불렀다. 


촌놈을 상경시켰더니 눈에 보이는게 없었다. 한달 내내 잘 먹고 자더니 웬만하면 내가 불러도 거들떠 보지 않는가 하면 큰소리로 내가 말할라치면 남편 무릎에 앉아 “왱왱~” 짖기까지 했다. 하우스 하나 이쁜걸 사주었지만 내가 아끼는 쏘파 방석에서 버젓하게 잤다. 밖에 갔다가 집에 들어서면 남편한테만 퐁퐁 매달리며 아양을 떨고 내가 안으면 배짱좋게 휙 거부했다.


집안 서렬도 제맘대로였다. 개눈에 보는건 있어갖고 체대 큰 남편은 1위에, 주제에 그밑에 자기를 서렬 2위로 하고, 자연히 나는 집안 꼴찌로 락착됐다.  그리고 남편만 집에 있으면 대놓고 나한테 불손했다. 아무곳에나 싸고 누고 집안 곳곳을 제멋대로 누비고 다녔다. 운명을 바꿔준 녀주인한테 뒤통수를 쳐도 유분수지, 나를 두루 뒤치닥거리나 하는 무수리로 보다니. 집에 상전 하나 모셔놓은 기분이였다. 막돼먹은 이놈을 혼내주려고 나는 맨날 우물쭈물 벼르기만 했다.


그렇다고 영 나를 개무시하는 것만은 아니였다. 집에 단둘이 있게 되면, 살랑살랑 꼬리치며 내 기분을 따르는 척 했다. 배고프면 나한테 안겨 팔이나 손을 되는대로 건성건성 핥아대며 내 기분에 응수했다. 모른척 가만히 있으면 앞발로 손등을 살살 긁다가 이때라고 내가 꼬옥 그러안으면 또 싫다고 앙앙불락이였다.


량심도 없는 이 똥개가 너무 고와서, 나는 늘 어쩔줄을 몰라했다. 무엇을 해도 이뻤다.


한번은 내가 금방 산 신제품핸드폰을 머리맡에 놓고 잤는데, 이튿날 뭔 소리에 깨여나보니, 그놈이 한창 아작아작 이빨로 핸드폰을 갉아 작살내고 있지 않는가. 이미 한참은 해먹은듯 하얀 나의 최애 핸드폰 외곽에는 그놈의 이빨자국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너무 놀라 충격에 나는 그것을 쥐고 한참을 이리보고 저리보며 멍때리다가 그만 악, 소리를 내며 개앞에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이놈을 때리지도 못하고 훈계도 못하고, 허구프게 헉헉 울다가 어흐흐 흐느끼다가, ... 그렇게 갖은 제스처로 개한테 나의 락담을 전달하는데, 어린 깜순이는 뚱하니 나를 보기만 했다. 아니 조금 게면쩍어 하는듯 했으나 내가 원하는 그런 참회의 표정은 아니였다.


다시 코물눈물로 난리난리 륙갑 떨며 하소연하다가, 문제는 이 와중에도 장본인인 이놈이 진심 밉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풀에 어디 해볼데가 없어 나는 이 개같은 “어르신”앞에 자기 가슴만 탕탕 쳐댔다.


그놈이 대놓고 나와 크게 맞장을 떴던 때도 있었다.


어느날 저녁, 조카랑 집에 돌아와보니 언녕 술 한잔을 걸친 우리집 서렬 1위가, 등을 소파에 대고 거의 바닥에 흘러내린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앞쪽에 켜놓은 티비가 집 떠나도록 우렁우렁 울리고, 그 와중에 깜순이는 그 곁에 턱을 고이고 조는듯 들어오는 나한테 슬쩍슬쩍 꼬리만 흔들어댔다.


만취상태로 고꾸라진 남편한테 측은지심이 생겨 나는 조카와 함께 남편 다리를 하나씩 쥐고 구들쪽으로 당겨 눕혀주기로 했다. 낑낑 거리며 거의 성공할 무렵, 우리를 처음부터 안절부절 지켜보던 깜순이가 갑자기 “우왕~” 사나운 소리를 내더니 남편 배 우에 훌쩍 뛰여올라 나와 조카를 향해 사정없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놈의 돌발 행동에 나는 뒤로 벌렁 물앉았다. 하아, 서렬 1위를 해치는 모해군 쯤으로 우리를 착각한 모양이였다. 놀란김에 큰소리로 “비켜!”하면서 다시 당기려 했으나, 그놈은 몸까지 부들부들 떨며 둥그런 남편 배 우를 진지로 삼아 네 다리를 떡하니 뻗친채, ”왕왕왕~” 주둥이로 기관총을 쏘아댔다. 그 기세에 또 한 번 멍하다가, 나는 놈이 허거프기도 하고 이런 보디가드를 둔 남편이 부럽기도 해서 씁쓸하니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키웠던 반려견 '깜순이'

 

그런 깜순이가 7,8개월인가 되였을 때였다. 자주 이상한 행동을 보여서 수의한테 자문했더니 새끼를 배야될 시기라는 것이였다. 나는 날듯이 기뻤다. 이 사실을 조카한테 알렸고 그 다음 달, 대학 다니던 조카가 하루는, 허옇고 멀끔한 친구집 수놈 투투를 빌려왔다. 투투는 명품개였고 아직 숫총각이였다.


조카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집 개가 똥개니 개2세의 신분을 상승시키려면 아비가 지체 높아야 된다는 것이였다. 성정이 잘 길들여진 투투는 얌전하고 우아했고 촌아낙처럼 사정없는 우리집 똥개와는 딴판이였다.


몸집이 투박하나 나긋나긋한 투투가 너무 귀여워 나는 답삭 안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평소엔 나의 품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깜순이가 갑자기 동동 매달리며 자기가 안기겠다고 시샘이 아닌가. 투투가 우리집에 온 뒤로 깜순이는 더 앙탈맞게 짖지 않으면, 뻔한 개애교로 맴돌며 내곁을 바리바리 꿍져서 사수했다. 이런 질투쟁이. 네 먹자니 싫고 남주자니 아깝다 그거인가. 아니 재수없게도 내가 네놈의 놀이개인가, 쳇!


그놈은 투투에 대해서도 제멋대로였다. 생각나면 살살 꼬리 치다가도 투투가 못참고 투박하게 덮치려 하면 깨갱깨갱 짜증내면서 아닌보살을 피웠다. 밀당이 아니라 그냥 업수임이였다. 어눌한 투투는 늘 당하기만 했다. 나는 눈치밥 먹는 투투가 눈에 밟혀 무엇이나 먼저 챙겨주군 했다. 그걸 알면 깜순이는 야단이였다. 그냥 넘어갈 때가 없었고, 텃세를 믿고 자기보다 크고 거쿨진 투투를 쫓아 목덜미를 물어제끼며 박대를 했다.


삼일도 안되여 기가 빨린 투투는 세상 다 산 개표정으로 축 처진 몸을 출입문쪽으로 향하고, 허랑하니 바라볼 때가 많았다. 안쓰러워 부르면 심드렁해서 고개를 외로 꼬기만 했다.


그러다 며칠 뒤 어렵사리 투투는 깜순이와 합방을 했고, 나는 이튿날로 투투를 본가로 돌려보냈다. 대높은 가문에 “량반”쯤이겠는데 본의 아니게 씨붙임으로 보쌈을 당하고, 하필이면 성깔 못된 촌놈 만나 갖은 수모와 랭대를 받다가, 투투는 그야말로 튀튀하게 동정(童贞)까지 잃고 락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여 떠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심코 남긴 생명의 씨앗은 왕성하게 그 뿌리를 거두었다. 정확히 두달이 지나자 깜순이는 투투와의 새끼 네마리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호함진 그 생명의 선물을 받아안으며 난생처음의 뿌듯함을 만긱했다. 그중 수컷 두마리는 신통히도 투투를 닮았고 나머지 두 마리는 깜순이를 닮아서 가마반지르르한 털에 하얀 무늬의 알록달록이였다.


깜순이는 새끼에게 젖먹이는 동안 그렇게도 극진했다. 가끔 밤중에 일어나 보면 깜순이는 주렁주렁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작은 체대가 허물어질듯 헉헉거렸다. 울컥 불쌍했다. 살그머니 새끼들을 떼놓으려고 당기면 깜순이는 으르렁거리였다. 분별력 낮은 똥개같으니라구. 그런 깜순이가 안쓰러워, 다음날부터 우유를 주사기로 새끼들 입안에 하루 서너번씩 보충해주었다.


새끼들은 하루 다르게 커갔고 거의 40일이 다가왔다. 언녕 자랑하며 다닌 덕분에 새끼에 눈독들인 분양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투투네 주인을 포함하여 조카 친구 부모들까지, 여덟도 넘었다. 조카의 말대로 한몸값 하는 개아비 덕분에 새끼들의 신분은 천정까지 치달았고 더구나 무일푼에 분양한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연락이 왔다. 나는 출근하랴 개시중을 들랴 분양자들 이마를 튕기랴 즐겁게 바빴다.


분양자와 면담을 빌미로 숍에서 커피도 얻어마시고, 괜스레 단위에 오후나절 청가서를 내며 은근 바쁜 시늉도 냈다. 흔치 않은 개주인으로서의 이런 갑질이 신났고, 한편 여린 새끼들을 정작 어미와 떼여놓고 남의 집에 보내려니 가슴 한 켠이 아리아리해서 시간을끌며 여유도 부렸다.


나를 감히 자기 시중군으로 전락시키고 생명의 풍수도 한껏 맛보게 한 깜순이의 덕을, 나는 그의 새끼를 분양하면서 톡톡히 보았다.   


그런 깜순이의 뒤를 이어 얼마뒤 내가 임신했다. 그동안 깜순이는 절육수술을 받았고, 더욱 날쌘돌이로 변해 집안을 휘저으며 다녔다. 나는 점점 몸이 무거워났고, 7층인 집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버거웠다. 뚱뚱한 내가 씩씩하며 목욕을 시키려 들면, 깜순이는 입가죽을 우로 실룩실룩 엄포를 놓듯 여전히 나에게 개버릇없이 굴군 했다. 문만 열리면 1층까지 개소리를 널며 단숨에 달려내려가기를 서슴치 않았다. 나는 뚱기적거리며 깜순이를 찾아 나서다가 그만 열쇠도 잊은채 집문을 쾅 닫아버려서 몇번이나 열쇠수리공을 부르기도 했다. 출장이 잦은 남편은 보다 못해 한 번은 개를 다른 집에 보내는게 어떻냐고 조심히 제의했고, 나는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던 어느날, 출장 사흘만에 남편이 귀가했다. 막달을 잡은 나는 마침 집안 소파에 누워 깜박 잠이 들었고, 내 발꿈치에서 자던 깜순이가 먼저 남편을 발견했다. 오매에도 그리던 주인을 보고 실성한 개는 불룩한 나의 배를 매트로 삼아 “풍”하고 허망 남편한테 날아갔다가, 다시 되돌아 만삭의 나의 배를 메주밟듯 마구 밟아대며 오르락내리락 정신줄을 잃었다. 집에 들어서다 그 광경을 접한 남편은 그만 기겁하며 집 무너져라 쩌렁쩌렁 줄고함을 쳤고, 혼곤히 낮잠을 자다가 몸으로 귀로 일시에 날벼락 쌍타를 당한 나는, 버득거리며 겨우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심장이 후두두 떨리면서 불안증세가 엄습했다.


이튿날 병원에 검사하러 갔더니, 배속의 아이가 목에 태줄을 감았다고, 놀란 일을 겪었느냐고 물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한테 이실직고하니, 남편은 그 길로 차에 싣고 얘기가 오갔던 집으로 깜순이를 보내버렸다.


이제 깜순이가 날치던 집안은 조용했다. 임신반응에 미처 다른 생각할 사이를 잃은 채, 얼마뒤 아들이 태여나고 잇달아 육아로 정신없이 보냈다. 집안을 세상 삼아 구르는 돌처럼 자유롭던 깜순이의 빈 자리는 어린 아들이 넉근히 채워주었다. 허나 나는 모유수유하다가도 혹은 아들을 목욕시키다가도 잠간씩 개가 생각났고 그때마다 남편을 그 집으로 보내군 했다. 그뒤로 지금까지 개는 나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떠나보낼 때에는 아무때라도 훌쩍 내 곁으로 되돌아올 줄 알았는데, 생명끼리 인연은 늘 이렇게 서로 스친다. 연분이란 질긴듯 헐거롭고 무맥한 것이 아닌가. 내가 훨씬 더 정이 들었던 개, 떠나던 날 소풍가는줄 알고 차유리창에 두 발을 붙인채 기대감으로 할딱거리던 리별의 그 락인들...  하루 사이에 우리와 떨어져 낯선 곳으로 옮겨진 깜순이, 금방 우리가 데리러 올 것이라 믿었을 것이고, 몸에 뱄던 우리의 익은 냄새들이 한동안 아릿하게 풍겨왔을 것이고, 익숙한 부름이 환청으로 들렸을 것이고, 사람처럼 가슴 아팠을 것이고...그것들 모두를 낑낑 혼자 인고하며, 말로 토하지도 못하고, 그리움의 낯선 하루하루를 어떻게 지나보냈을가.


그에게 조금 더 리별과 친할 시간을 주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런 아쉬움이 일면 마음 한구석이 알알하다. 그 개를 마지막으로 십년이 되도록, 가끔 아들의 지청구에 반려견 한놈 입양해야지 입양해야지 벼르면서도, 그래서 내 마음은 아직까지 노답이다.


연변문학 2019. 12기 게재


심명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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