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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닷컴] (미니소설) 속사정 (서가인)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미니소설

속사정


서가인


그녀는 오늘도 매점에 나갔다. 매대 안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았다. 몇 시간을 뚫어지라 가게 문을 바라보았지만 한 사람도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다. 총총히 걷는 사람 느릿느릿 걷는 사람, 오고 가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모두 한결같이 마스크를 꼈다.

지난해 겨울부터 무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는 도저히 멈추지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구정전에 한국으로 가려고 하였다. 열흘만 일찍 떠났으면 지금쯤은 한국에 있었을 것이다.구정 사흘전에 딸이 전화가 왔다. "엄마 어쩌면 좋아,아빠가 흑-흑..."

몇 달 전에 딸이 인터넷으로 티켓을 샀는데 너무 싸게 사서 그런지 정작 가려고 하니 좌석이 없단다. 그녀는 무슨 일이나 론리에 맞던 안 맞던 자기 생각대로 모든 일을 판정한다. 너무 싸게 사서 비싼 값을 치르고 산사람들을 먼저 가게 한 것으로 생각했다.

강아지 똘똘이는 뒤가 매려운지 그녀의 두 다리 사이를 맴돌면서 낑낑 거린다. 멍하니 밖을 내다보던 그녀는 똘똘이한테 시선을 옮겼다. “밖에 나가고 싶니?”똘똘이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그렇다는 듯이 컹-컹하고 짖었다. 그녀는 일어서다 몸을 휘청하였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 다리에 경련이 일었다. 가게 문을 열자 똘똘이는 길녘의 가로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나무 한그루 밑이 똘똘이 뒷간이었다. 그녀는 문을 연 김에 아예 활짝 열어놓았다. 아카시아 나무에서 떨어지는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가게 안까지 들어온다. 아카시아꽃의 특유한 향기가 같이 따라 들어왔다.

문을 열어 놓아서 그런지 손님 한 명이 들어왔다. “중화 담배 한 곽주시오” "네. 글쎄 제가 한국에 갈수 없게 됐어요""얼마요?""45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지나가겠는지…”남자 손님은 100원짜리 한 장을 건네였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은 몹시 성가신 눈빛이었다. “담배를 빨리 주시오” 그녀는 거스름돈을 건네주며 또 중얼거렸다. "글쎄 7월 전까지는 하늘길이 막혔대 나 봐요” "예”애매한 대답을 하며 남자는 돈을 받아 지갑에 차례로 넣고는 돌아서 나갔다.

매점 바닥은 시들고 먼지 묻은 아카시아 꽃잎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그녀는 멍하니 서서 바람에 벌레처럼 기여 다니는 아카시아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자식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 한국에 가 있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 총각과 결혼해서 잘 사는 것 같더니 갑자기 한국에 가버렸다. 남편은 한국에 가서 노가다 판에 다닌다.이곳에서도 먹고 사는 건 문제가 없는데 기어이 큰 돈 벌겠다고 한국에 갔다.그녀는 남편과 셋이서 살 때가 그리웠다. 그때는 양철로 지은 집에서 매점을 했는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었던 것 같다.

그녀는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매점 바닥에 널려있는 꽃가루와 꽃잎들을 주섬주섬 쓸어 담았다."쌈 싸 먹는 된장 있어요?” 뒷골목에 사는 단골손님이 바람을 몰고 왔다. "있고말고요."그녀는 수심이 가득찬 얼굴로 손님을 맞으며 매대 안으로 들어갔다. “글쎄 내가 한국에 갈 수 없게 됐어요. 어쩌면 좋아요” "왜요? 가면 되지…” "물건값 23원이에요. 표는 있는데 비행기가 뜨지 않는데요.” "그렇군요”그녀는 단골손님을 붙잡고 하소연하려고 하였다. “상 차리고 보니 쌈 된장이 다 떨어져서 달려왔어요.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요”단골손님은 그녀가 잡은 팔을 뿌리치고 부랴부랴 돌아갔다. 그녀는 멍하니 서서 빈 문만 바라보며 한참이나 서있었다.

똘똘이가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의 종다리를 살짝살짝 핥는다. 똘똘이는 지난해에 강아지 장사군이 매점 문 앞에서 하루 종일 팔다가 남은 것을 그녀에게 주고 간 것이다. 강아지 장사군은 이집 저집에서 쫓기다가 그녀의 매점 앞에 잠시 앉아 쉬다가 그녀가 가져다준 물 한컴을 마시고는 아예 그 자리에 틀고 앉아 장사를 했다.날이 어둑어둑해지자 강아지 장사군은 한 마리 남은 것을 그녀에게 주고 돌아갔다.

앞뒤 네발은 두툼한 것이 건강해 보이는데 눈은 칼로 가로 금을 그어 놓은 것처럼 안구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병신이면 어쩌나 하고 그녀는 주저했다. 강아지 장사군이 부모는 잘생겼다고 사진을 보여 주면서, 몇 달 지나면 눈이 커질 거라 했다. 이미 일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안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토실토실한 것이 여간 똑똑한데다가 눈치는 구단이다.

그녀는 똘똘이를 매대위에 올려놓고는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남편이 일하다가 4층에서 떨어져서 많이 다쳤다고 하는데 한국에 갈수 없어서 어찌하노…, 내가 가서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 하는데…,”똘똘이는 열심히 눈을 치겨 뜨고 주인을 올려다보며 귀를 쫑끗하며 끙끙거렸다. “내 말 들어줄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네가 사람이었으면 좋겠구나.”그녀는 불도 켜지 않은 채 똘똘이를 붙잡고 했던 말을 그냥 반복했다.

2020년 5월 29일 상해에서

조글로문학닷컴 2020년 06월 1일 발표 

 서가인瑞家人

소설가

자유기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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