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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닷컴] (수필) 내 마음의 계절 날씨 (류재순)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조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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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필
내 마음의 계절 날씨


류 재 순
 
‘문학의 집’에서 소설 반 수강 후 같이 식사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갑자기 왼쪽 등 날개 죽지 안쪽이 숨을 크게 못 쉴 정도로 딱딱 마치었다. 상반신을 조금 다른 모양새로 움직여도 마치고. 기침할 때도 힘들다. 증상은 집에 와서도 계속이다. 며칠 지나면 자연히 풀리려니 했던 기대가 점점 무너진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종종 ‘담’에 걸렸다며 산에 가서 ‘철남 생이’란 것을 캐어다 드시곤 하던 일이 떠올랐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철남 생이” 즉 천남성이라는 이 약초는 독성이 강해 섣불리 복용했다간 아주 위험하다고 하였다. 그때 할머니는 해독 방법을 아시고 복용했음이 분명하다. 나는 이건 아니다 싶어 포기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한마디 한다.
-엄마,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어요?
어? 언제부터인지 나도 어딘가 홀쭉해진 감을 느끼긴 했어도 그렇게 눈에 띌 정도인가 싶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눈꺼풀 언저리가 내려앉고 볼이 훌쩍해졌다. 언젠가는 퉁퉁해지는 얼굴과 뱃살 때문에 다이어트 약은 안 먹어도 간헐적 식단도 세워보고 운동도 자주 해 보았다. 하지만 한 끼 만 충족히 먹고 나면 이튿날 빵처럼 불어나는 것 같은 몸매에 전에 입던 타이트한 옷은 아예 엄두도 못 냈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집 콕을 시작하게 되자 밥맛은 별로 없어도 면역력을 생각해 마음 놓고 욕구대로 먹은 것 같다. 나는 체중계에 몸을 실어보았다. 42 kg. 이런, 언제 몸무게가 이렇게 빠졌담? 작은 키에도 50kg을 밑돌던 체중이 아닌가? 나의 적정 체중은 46kg은 되어야 하는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영문을 모르겠다. 급기야 나는 뒷등에 마치는듯한 통증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딸이 표정을 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엄마, 영문 없이 체중이 갑자기 감소하는 건 신경 좀 써야 해, 그리고 뒷등 통증도﹍반사통이란게 있는데 병원에 가서 검사 좀 해봐요!”
 
며칠 후, 남편 친구가 놀려왔다.  남편이 요즘 마누라가 살이 빠지고 뒷등 통증도 호소한다고 말한다.  조용히 듣고 있던 친구는  조금은 심각해 하며 자기 어머니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그의 노모가 살이 많이 빠지며 뒷등 통증이 계속해져 병원에 모시고 가 검사를 했더니 뜻밖에 이미 말기 췌장암이더란 것이다. 반사 통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친척이 의학박사로 있는 중국 광주 유명병원까지 가서 거액을 들여 수술했건만 끝내 돌아가시고 말았다는 것이다.




남편 친구는 그 말을 꼭 알려주고 싶었는지 몰라도 우리 집 분위기는 큰 파문 없던 호심에 돌을 던진 격이 되었다.




금요일 저녁에 그 말을 듣고 나는 집식구들의 재촉으로 초조히 주말을 넘기며 월요일이 되자마자 보라매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였다. 닷새 만에야 예약이 된단다. 속 시원히 바로 가 검사해봤으면 좋으련만 동네 병원엔 그 방면 전업 병원이 없다.




사실 나는 한 2년째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임차 잘 나가던 작은 상가를 팔아치우고 욕심이 생겨 은행 대출까지 해 가며 큰 상가를 두 개나 샀다. 물론 분양 팀장의 감언이설도 한 몫 하였다. 임차 주까지 다 나온 상태인 줄 알았는데 임차인들의 보증금 대출을 제한하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내려오면서 모든 것이 파기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돈이 있는 사람들도 시세가 이렇게 되니 무작정 보증금과 월세를 깎으려 하니 임대 주로서는 대출 이자도 못 갚을 선으로 내려오는 걸 합의를 볼 수가 없어 계속 ‘행운’을 기다리며 일 년이 훌쩍 넘어갔다. 그러다 임차 문의 들어오는 듯하더니 또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모든 상가와 업체들이 울상을 하며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대출이자는 어김없이 꼬박꼬박 나가는데 분양된 상가들은 텅텅 비어있다.




언제나 주관적으로 일 처리를 해오기로 습관 된 내가 이번 일도 독단으로 저질러 놓았으니 집식구들의 정서는 부딪히면 터질 풍선 같다. 꼬박꼬박 삼백만 원씩 월세 잘 나오던 우리 집 원래의 상가, 팔아버린 그 상가를 지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할 말이 없고 만회할 길이 보이지 않음에 따뜻한 봄 계절 날씨와는 달리 내 마음속은 침울하고 쌀쌀한 겨울철의 음영과 공포로 움츠러져 있다.




커리어 우먼 삶이라는 멋진 이미지는 흔적을 감추었고 퇴직 후에도 동분서주하며 가정의 부를 닦은 능력자라고 친인척과 친구들의 인정해 주던 나, 그렇게 생기있고 자신감에 충만해 있던 활기찬 모습도 한 번의 실수로 이렇게 참혹하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끝도 없이 나를 기습하는 공포의 옥죄임은 계속 나를 헤어 나올 수 없는 스트레스의 심연으로 밀어뜨렸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에서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일 년 반 동안 완전히 풀기 먹어 빳빳하던 빨래가 비를 맞고 후질구레하니 땅에 나뒹구는 기분이다. 확실히 병마가 어딘가에 들어와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ⵈ
 
그래도 혹시나 해서 그동안 나는 동네 한의원에 다니며 뒷등 통증에 침구 치료를 받았다. 한의원의 말로는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췌장과 간 등이 한데 엉켜있는 부위에 기가 막혔거나 염증이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아무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무언가 치료를 시작해 보고 싶었다.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닷새가 되어 나는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다. 췌장 담당 전문의는 일단 영문 모를 체중 감소 하나만으로도 무조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다행히 공복으로 와서 당일 검사를 안배하겠다고 하였다. 오후에 혈액 검사와 복부 CT 검사를 하였다. 검사를 마치고 나니 열흘이 넘어야 결과를 보러올 수 있단다. 오마이갓! (Oh My God) 또 열흘? 정말 무슨 암이라도 걸렸으면 1기 종양도 2기, 3기로 커버리겠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다. 큰 종합 병원은 이게 문제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도 착잡하고 걸음걸이도 무거워져 원래보다 반시간은 더 소모된 것 같다. 초여름에 들어서면서 보라매공원의 신록은 한껏 생명력을 과시하며 앞다투어 멋을 부리며 길손들을 유혹하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눈길이 가지 않았다. 나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물이 재생하는 저런 풍경을 보시며 하시던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참, 저 나무들은 겨울엔 벌거벗고 다 얼어 죽은 줄 알았는데 봄이 되니 다시 다 살아나네. 사람은 왜 한번 죽으면 그만 일고?”




철부지 시절엔 그 말이 색채 없는 귀가의 한 오리 바람처럼 지나던 것이 몇 십 년이 지난 오늘 왜 이렇게 새삼스레 떠오르지? 그 말엔 아픔을 감싼 검고 붉은 색채가 깊숙이 깔렸음을 깨닫는 순간이 왔다.
 
무거운 열흘이 하루하루 거북이처럼 기어가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아 열심히 매일 한방 병원에 침을 맞으려 다닌다. 막연한 나는 어느 한쪽에나마 기대고 싶었다.




드디어 검사결과가 나오는 날이 닥쳐왔다. 나는 일찍이 병원에 도착하여 진료실 문 앞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대기했다.




“아, 췌장은 아무 이상이 관측되지 않았고요.”
컴퓨터에서 검사결과 내용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전문의의 말이다. 그 말에 일단은 큰 숨이 후~나간다. 계속해서 한참을 더 살펴보던 그가 말을 잇는다.
“혈액검사 결과도 별문제 없는데 폐에 작은 물혹들이 몇 개 생겼네요. 판독에선 큰 문제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호흡기 과로 넘겨 줄 테니 한번 상담을 받아 보세요.”




금방 췌장에 문제없다 하여 내 마음은 봄날의 화창한 날씨가 됐었는데 바로 또 초겨울의 음침한 날씨로 변한다. 촬영 판독에서 폐에 문제없다면서 왜 또 상담을 해보라 하지?
 
호흡기 과의 모든 진료는 요즘 코로나 19 때문에 병원밖에 임시 진료 하우스를 짓고 코로나 확진 검사와 같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코로나 확진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 코로나 팬데맥 시대에 내가 아직 저런 확진을 받지 않은 것만도 어디인가? 요사하고 변덕스러운 내 마음의 계절 날씨ⵈ
의사는 나의 CT 촬영을 꼼꼼히 보더니 괜찮으니 마음 놓으란다.
 
_왜 이런 물집이 생기나요?
_글쎄요. 흐흐 이런 분들 뜻밖에 참 많습니다. 요정도면 5년이나 10년 만에 조금씩 더 자랍니다.




환자의 처지에선 당연한 물음 같은데 의사는 그저 웃음으로 넘기고 만다. 일 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이나 하라고 하였다.




후~ 그러니 현재는 모두 OK, 큰 문제없다는 결론. 나는 “감사합니다.” 꾸벅 의사께 인사를 하고 부리나케 진료실을 나왔다. 발걸음이 가볍게 성큼성큼 옮겨졌다. 그러고 보니 왼쪽 어깨 날개 죽지 통증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기침해 봤다. 확실하다. 이걸 왜 이제야 느꼈지? 한방 침구가 효력을 냈나 보네. 웃음이 새였다. 전철을 타려고 또다시 보라매공원을 지난다. 공원 경치가 절정을 이루고 있음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꽃잎들이 둥둥 떠올라오는 음악 분수대를 낀 호수, 실실이 푸른 머릿결을 풀어헤치고 흐느적거리는 수양버들, 알듯 말듯 이름 모를 각가지 화초들이 앞 다투어 길손을 유혹하는 황홀함ⵈ어느 풍경을 보아도 다 멋지고 아름다워 혼자 보고 그냥 스치기에는 모두 아깝다. 돌아가며 핸드폰으로 찍어댔다. 내 마음에도 여름계절 날씨가 푸르싱싱하게 출렁인다.




“담”을 느끼던 날부터 오늘의 검사 결과를 알게 되기까지 알고 보면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나는 왜 저 맑고 푸른 하늘, 찬란한 태양, 언제나 제멋대로 귓가를 간지럽히며 스치는 바람 이 모든 것을 느끼지 못했을까?




칼릴 지브란의 말이 생각난다. '자신 마음의 계절 날씨를 받아 들여야 한다. 그것은 당신이 들판에서 보낸 사계절을 늘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조용히 머물며 처량한 겨울도 넘겨야 한다.'




생과 죽음, 성공과 실패, 행복과 고통ⵈ 우리들의 삶엔 항상 변화무쌍한 사계절의 날씨가 예고없이 넘나든다. 당황하지 말고 슬기롭게 받아들이자.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시장 길에 들어서니 금방 만들어낸 두부가 구수한 콩냄새를 풍기며 하얀 김을 몰~몰 피어올린다. 옳지, 오늘 저녁엔 애호박에 두부 넣고 보글보글 청국장 끓여 먹어야지!
 
2020. 6. 15.


任选其一)


류재순

수필가


전 재한조선족문인협회 회장




 류재순의 수필세계 

5. (수필) 나의 사춘기 

4. (수필) 겨울 여인

3. (수필) 가을의 향연 

2. (수필) 나의 첫 김밥 말이

1. (수필) 장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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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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